“반려동물세를 지방세로 도입해야”
반려동물세에 농림부는 한발 뒤로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만 2천 건, 하루에 약 6건 꼴로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가 어쩌면 사자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맹수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잇따른 사고에 동물보호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가. ‘친숙한’ 맹수로부터 가족을 지키고, 가족 같은 반려견이 맹수가 되지 않도록 <뉴스포스트>가 방법을 고민해봤다. -편집자 주-

사람의 손길을 반기는 중형견.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사람의 손길을 반기는 중형견.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개 물림 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문제 해결책과 예방법에 여론의 관심은 점점 커져왔고, 동물보호법은 지난 4월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한 견주에게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이달 10일에는 법원이 반려견 물림 사망 사건에 견주에게 이례적인 징역형을 내리기도 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지난해 50대 여성이 개 물림 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인근 불법 개농장 주인을 견주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와 증거인멸교사·수의사법 위반·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지만, 벌금형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과거 판결과 비교하면 개 물림 사고에 대한 법원의 민감도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책 변화의 속도는 여전히 여론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법도 예방보단 처벌 강화를 중점으로 개정됐고, 사고 예방을 위한 명확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더욱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고, <뉴스포스트>는 두 명의 전문가들을 통해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견주의 ‘올바른 개 사육 방법 의무 법제화’와 ‘의무 불이행 시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반려견을 기르기 전에 올바른 사육 방법을 미리 교육받아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심준원 반려동물보험연구소 소장은 독일에서 시행하는 ‘배상책임제’를 국내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림 사고 피해를 보상해주는 ‘배상책임보험’을 견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제도다. 저비용으로 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심 소장의 주장이다.

반려동물 보유세, 지방세로 도입해야 한다?

개 물림 사고 예방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방안이 있지만, 최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는  정책은 ‘반려동물세’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견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보유세 형식이다. 반려동물세 이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20년 1월 15일 해당 제도 도입 검토를 포함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커졌다. 이후 반려동물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올해 9월 발표한 ‘반려동물세 도입 논의 필요성’ 보고서는 개 물림 사고의 원인을 ‘반려동물 기르는 인구의 증가’와 ‘관련 제도나 인력 등 인프라 미비’라고 보았다. 개 물림 사고는 자칫하면 인명피해까지 발생 가능한 심각한 문제지만,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을 지적한 것이다.

보고서는 지자체가 관련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재원을 반려동물세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세를 지방세로 도입하고, 그 세금을 반려동물을 기르는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의 경우 물림 사고를 일으키는 등 고양이나 햄스터와 같은 반려동물보다 사회에 미치는 문제가 크다며, 보유세를 우선적으로 견주에게 적용하자고 했다.

반려동물세를 지방세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있다. 올해 6월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자치분권은 지방재정 체계 변화로부터’ 보고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더욱 증가할 것을 대비해 이들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반려동물세를 새로운 세목으로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 등을 위한 재원을 반려동물세로 조달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들은 이미 지자체 차원에서 반려동물세를 과세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독일은 지방세로 반려견세를 부과하고 있다. 걷어간 세금은 반려견 보호소 운영 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지방자치법에 의해 견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동물학대 단속이나 무료 중성화 수술에 활용한다.

반려동물세, 도입 쉽지만은 않아

하지만 반려동물세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문의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의 53.6%가 보유세 도입에 찬성했지만, 반대의견도 분명 존재한다.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심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와 제도적 기반을 고려하면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놓아야 논의할 수 있다”며 보유세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자체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 수와 이들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우선이다. 개 물림 사고 예방법 역시 교육 내용이나 정책을 구체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보유세를 도입했다간 도리어 주민들의 세금 부담만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려견을 기르는 이들의 부담이 커지면 유기 문제나 개 물림 사고 발생이 빈번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반려동물세 도입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관계자는 해명 자료를 통해 “보유세와 관련해 검토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8월 반려동물 안전관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유세 도입 관련 조사항목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개 물림 사고는 현재 진행형 문제이자, 반려동물 수가 많아지면 향후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책 마련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본지는 기획 보도를 연재하면서 다양한 물림 사고 예방안을 소개해왔다. 정책의 흐름은 어느 방향일지 모르지만, 물림 사고에 희생되는 이가 더는 나오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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