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젊음과 다양성을 상징하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비극의 공간이 됐다. 지난달 29일 밤부터 핼러윈을 기념하려고 모인 인파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에 모이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새벽까지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이태원 일대는 아비규환이 됐다. 사망자만 150명 이상이고, 전체 사상자는 3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한가운데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넘어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 단체, 종교·시민사회·노동 단체 등 시민사회계 인사들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특히 최명선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상황실장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에 대해서도 책임자 처벌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며 “말단 공무원만 책임지는 형태가 아닌,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주장은 앞서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총회에서 “광주 학동 참사에 이어 이태원 참사도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차제에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구체화해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적 기준을 정립하는데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움직임은 이태원 참사를 중대시민재해에 적용할 수 없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커졌다. 일부 매체는 어렵다는 주장을 넘어 불가능하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내에 중대시민재해 규정이 있어도, 이태원 참사는 조건이 맞지 않아 중대시민재해로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300의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정말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없을까.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 시민공원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 추모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참사 장소, 공중이용시설이 아니다?

법제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정식 명칭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여기서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를 의미한다.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이 기준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하지 않아 중대시민재해를 발생케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중대시민재해라고 보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행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쟁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태원 참사를 중대시민재해에 적용하기 위해선 참사 발생 장소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의하는 ‘공중이용시설’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사고 장소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길이다. 이곳을 공중이용시설로 해석하는데 가장 가까운 조항은 현행법 제2조 제4호의 라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4호 라목: 그밖에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준하는 시설로서 재해 발생 시 생명·신체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장소

백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쉽지 않지만,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적용이 어렵다고 보지만 중대시민재해 해당 여부를 검토할 여지는 있다” 며 “이번 사안에 법 적용이 어려울 경우 애초 법을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참사 장소인 골목길과 이태원 지하역사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지, 그 설치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사망·부상이 발생한 것인지가 쟁점”이라며 “현행법 상 골목길은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태원역 1번 출구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므로, 그 관리상의 결함이 이번 재해와 연관있을 경우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참사 장소를 지하철 역사까지 본다면 중대시민재해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현행법 제2조 제4호의 라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장소는 일반 골목길인데,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준하는 시설’에 적용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다목이 각각 ▲ 실내공기질 관리법 ▲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현행법에 따라 정의된 장소라 참사 장소와 같은 골목길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참사 장소를 라목의 문구 중 ‘재해 발생 시 생명·신체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장소’에 적용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문구에 대해 “참사 발생 장소를 공중이용시설로 적용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면서도 “형사처벌을 전제한다면 조금 더 (법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유추 해석 금지’와 ‘명확성 원칙’ 때문에 적용 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은 형사처벌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인 책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증 결과]

판단 유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태원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적용할지 여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4항 라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태원 참사를 중대시민재해에 적용하기에는 현행법상 어려움이 있다는 데에도 공통된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적용이 완전 불가능하다는 근거는 없어 ‘판단 유보’로 정의했다.

[참고 자료] 

한국NGO신문, 시민사회단체 “이태원 참사 깊은 애도···다시는 같은 일 반복되지 말아야”(2022.11.03)

정의당 국회브리핑(2022.11.01)

법제처 법령정보센터: 중대재해처벌법

백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인터뷰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인터뷰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