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인터뷰
‘정기 공채’ 폐지 확산으로 직무 적합성 중심 ‘수시채용’ 늘어나
전화와 이메일, 지인 등 활용해 적극적인 ‘채용 정보’ 획득 중요
인턴 경험부터 자격증, 공모전, 서베이 등 직무 적합 근거 필요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정기 공채’ 폐지하고 ‘수시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사별 정기 공채를 통한 ‘기수 중심’ 기업 문화로는 다양한 가치와 도전이 도도히 흐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고를 건널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계열사와 사업부별로 진행하는 수시채용의 키워드는 ‘직무 적합성’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대기업들에 앞서 많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서는 경력 중심의 수시채용이 새로운 채용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생존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중견·중소기업 수시채용도 역시 ‘직무 적합성’에 방점을 찍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요구하는 ‘직무 적합성’이란 무엇일까. 또 이를 요구하는 새로운 채용 트렌드에 맞는 구직 전략은 어떻게 될까. 뉴스포스트가 27일 이대성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과 채용 트렌드를 짚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다. 

이대성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이대성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궁금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먼저 이해하고 인재상을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요. 4차 산업혁명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초연결 시대를 말합니다. 이런 상황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님도 처음이고, 현대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밴더들도 처음이죠. 그러니까 모든 비즈니스를 하는 사장님이나 근로자 전체가 최초인 상황입니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문제를 푸는 정해진 방식도 없고 참고서도 없고 가르칠 선생님도 없는 시대입니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4차 산업혁명이기 때문에, 입체적인 문제 해결형 인재상이 요구됩니다. 

- 이에 따른 최근 취업 시장 트렌드 변화를 설명해주신다면.

기업과 구직자 입장을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기업은 디지털 직무 역량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매니지먼트 능력인데요. 구직자가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하고 종합해 분석하느냐 하는 거죠. 이건 IT계열 직무뿐만 아니라, 재무팀이든 비서든 인사팀 종사자든 모든 직무가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또 ‘정기 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재 채용에 있어 ‘인적성검사’와 ‘면접’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은 패닉 상태입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직무 적합성을 중심으로 수시채용을 늘린다고 하니, 정기 공채에서 통했던 토익 시험 등 이른바 ‘스펙’을 계속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거죠. 또 진로 부재자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러한 이유로 ‘진로여부와 관계없이 들어가고 보자‘식의 구직 현상이 팽배해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소수 업종에만 집중하는 구직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금융, 중공업, 건설, 유통, 전자, 사회간접자본 등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른바 ‘선망의 대상’이었던 3차 산업에서의 주요 업종들만 고집하고 있는 건데요. 이런 곳만 장기간 준비하다 보니 4차 산업에서의 구인구직의 수요와 공급량에 차이가 있어 이에 대처가 늦은 구직자들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거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 대규모 정기 공채 대신 시행하는 수시채용으로 취업문이 더 좁아질까요?

그렇죠. 하지만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구직자가 수시로 다양한 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복 지원도 풀릴 가능성이 크죠. 그룹사 단위로 정기 공채로 뽑다가 계열사 또는 사업부 단위로 수시채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재는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기업에 1년 내내 지원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동일 기업 기준으로는 채용 인원이 비교적 줄어든다는 겁니다. 80~90년 년대에는 삼성에서 예를 들어서 100명을 채용하면 대우에서 101명 채용한다고 서로 경쟁했습니다. 그런데 외환위기와 2007년도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그룹들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사업부별 채용을 확대했죠. 

사업이 전문화되고 직무가 전문화되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직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한꺼번에 채용하기가 쉽지 않아서, 사업부 단위로 수시채용을 하는 추세고요. 앞으로는 더 쪼개진 직무 중심으로 수시채용이 진행될 겁니다. 신입사원 채용이 직무 적합성을 갖춘 경력사원 채용으로 바뀌는 건데, 이에 따라 채용 규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 언급하신 대로 많은 구직자가 대기업과 금융권 등의 정규직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력 관리상 조언을 해주신다면.

정기 공채가 줄고 수시채용이 확대되면서 정규직 채용도 많이 줄었습니다. 자리가 없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고용 형태 가리지 말고 지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성과를 내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말고 일단 지원해보는 게 좋습니다. 합격한 뒤에 갈지 말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죠. 

만약에 비정규직으로 1년 근무하고 연장이 안 돼서 동일 진로로 다른 기업에 지원을 하게 된다면 1년의 경험이 곧 경력이 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더 좋은 포지션을 찾아 계속 지원하면 됩니다. 직업을 선택 할 권리는 헌법 15조에서 보장한 권리니까요. 

- 수시채용 확대에 따라, 토익 점수와 학력 등 이른바 기존 ‘스펙’이라고 불리는 정량지표의 중요성이 줄어들까요?

입사 시에 스펙을 안 보더라도 합격을 하면 근무를 해야 합니다. 또 성과를 내야죠. 그래서 경력 관리상에는 여전히 스펙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다른 조건이 똑같은 근로자들이라면, 학사보다는 석박사가 업무 능력을 더 인정받고 승진에도 유리하겠죠. 외국어 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펙은 직장인에게는 경력 관리에 필요하고, 신입에게는 암묵적 잠재 역량을 볼 수 있는 부분으로 그 역할이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일을 손에서 놓는 시점까지는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 수시채용 확대에 따른 취업 전략을 설명해주신다면.

일단 보이는 대로 지원하면 안 됩니다. (웃음) 취업 포탈에 들어가서 구인공고가 나올 때를 기다리면 안 된다는 거죠. 이제는 보이는 대로 지원하지 말고 찾아서 지원하는 게 중요합니다. 회사 홈페이지와 각종 취업 포털, 회사 내에 근무하는 선배, 지인, 학교에서 지원하는 취업 센터 등 모든 인맥을 동원해 그 회사의 채용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필요하면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에 적극적으로 전화를 해봐야 하고요. 직접 메일을 보내 채용 일정과 방식 등을 문의해보는 것도 좋고, 연중 수시채용이면 회사 홈페이지의 이력서 데이터베이스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게 좋습니다. 오늘 토익이 500이면 오늘 가서 500이라고 입력을 하고, 다음달에 600이 됐으면 또 600으로 업데이트해야죠.

- ‘정보’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설명인데요. 혹 인맥과 학맥, 지연과 혈연 등에 따른 폐쇄적 채용 문화가 형성될 우려는 없을지요?

아주 극히 일부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유는 현재 4차 산업 시대의 채용 트렌드가 직무 전문성이 매우 높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지금은 채용 직급이 주임이나 대리 등 낮은 직급이어도 채용 직무를 보면 전문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기업에서 일부 특정한 학교와 학과에 전화를 하거나, 교수 추천 등 일부 채널에 국한 된 모집 방법으로는 적임자를 찾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즉 요구하는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모집채널을 다양하게 해야 그 안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또한 적임자를 채용할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어요. 폐쇄적으로 채용해서는 전문성이 높은 인원을 확보하기란 쉽지가 않죠.

- 직무 적합성 중심의 채용을 대비하는 취업 전략이 궁금합니다. 인턴과 직무 관련 경력이 없는 신입이라면,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요즘 인턴을 ‘금턴’이라고 표현 많이 하시더라고요. 취업보다 어려운 게 인턴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역시 가능하면 취업하고자 하는 직무 분야에서 인턴을 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다른 방법으로 직무역량의 근거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직무 관련 아르바이트, 직무 스터디와 직무 자격증, 직무 포트폴리오, 직무 교육 과정, 직무 관련 자료 수집, 직무 관련 공모전 수상, 직무 관련 설문(서베이 등) 등입니다. 이 가운데 희소성을 말하자면, 공모전 수상과 취득하기 힘든 직무 자격증, 그리고 직무 관련 서베이, 직무 교육과정 등이 있습니다.

저는 특히 비이공계 관련 직종의 경우 직무 관련 서베이를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예를 들어서 내가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직무에 지원한다면, ‘에뛰드’에 대해서 설문 조사를 받는 거죠. 그리고 면접 때 한두 장으로 요약해서 “두 달 동안 에뛰드 브랜드에 대해서 약 420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설문을 진행해서 이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발표하는 겁니다. 실제로 제가 가르쳐준 이 방식으로 면접을 보고 합격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 직종과 역량 등 차이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만, ‘인사 직무’ 지원자라면 ‘토익 점수 만점’보다 ‘노무사 자격증’이 더 중요할까요? ‘일반적인 정량 스펙’보다 ‘자격증 스펙’의 시대가 될지 궁금합니다.

검증 과정의 차이인데요. 민간기업에서는 ‘서류전형’에서 직무 자격증에 더해 토익 등 정량 스펙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다만 면접에서는 반드시 외국어를 해야 하는 직종이 아니라면 직무 자격증이 100% 더 유리하죠. 한마디로 ‘직무 자격증’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서는 토익 점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NCS 기반의 검증)이므로 스펙보다는 직무역량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있습니다. 

- AI 채용 확대에 따른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 채용은 데이터 기반 채용입니다. 일관성과 긍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기소개서는 작성 용어와 문맥의 일관성이 중요하고요. 면접할 때는 표현과 논리의 일관성과 표정의 긍정성이 중요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AI 채용 테스트 교육 회사들의 코칭을 받는 걸 추천합니다. 많이 경험해보는 게 유리하죠. AI 채용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이걸 토대로 내가 내 모습에 대해서 일관성과 긍정성을 유지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해야죠.

-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 구직자가 직무만 생각하지, 업종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공업 계열의 품질관리 직무와 반도체 계열의 품질관리 직무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직무도 다르고, 근무 환경도 다르죠. 업종을 고려하지 않는 직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력 관리상 커리어 스모그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런 까닭에 업종의 선택을 가장 명확하게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프로필> 
대통령 소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이자 커리어 관련 3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고용·취업 및 진로 분야의 실무 전문가다. 특히 2015년 한국 사회에 ‘경력관리이론’을 최초로 제시하는 등 학문적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가며, 경희대 경영대학원 및 경희사이버대 글로경영학과에서 강의교수를 겸임했다. 지난 10년간 정부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채용 면접위원 및 주요 공기업 채용 면접위원으로, (사)한국취업진로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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