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고문
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강응선] 교육부가 장하성 주중대사를 포함한 고려대 교수 12명에 대해 대학 측에 중징계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고려대가 개교 115년 만에 처음으로 받은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밝혀진 것이라고 하는데, 주 내용을 보면 연구비와 행정비에서 약 7천만 원 상당 금액을 2016년부터 4년 동안 221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남용했다는 것이다.

대학의 연구비는 민간기업으로부터 받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공립기관에서 지원받은 것이므로 사실상 국민 세금에 해당하는 것이고 대학 자체의 행정비용은 주로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는 귀중한 돈이다. 그런 귀한 돈을 유흥업소에서 펑펑 아무런 도덕적 생각 없이 낭비하였다니 학생들은 물론 납세자인 국민 입장에서 봐도 어이가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식인집단이라고 인정받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연구비를 남용한 사례는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주로 과학기술 분야를 시작으로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 추진된 이후로 연구기관과 대학은 물론이고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비 지원이 이루어졌다. 미래의 기술개발이나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영역에 귀중한 세금이 배분된 셈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거의 해마다, 특히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밝혀진 것을 보면, 일부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연구비를 남용한 사례가 심심찮게 드러나곤 한다. 급기야는 2017년에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방만하게 집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정비리 신고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감사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근절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2019년에는 과기장관 후보가 연구비 유용이라는 의혹을 해명하지 못해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하는 사례가 발생했을까.

그만큼 아직까지 정부의 돈은 눈먼 돈이란 인식 아래, 연구개발비를 쌈짓돈처럼 마구 쓰는 고질적인 병폐가 남아 있던 터에 이번 고려대 사례가 밝혀짐으로써 연구비 남용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감시의 눈을 강화해야 마땅하다.

물론 여기에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식인 집단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만 한다. 그들에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만큼 그에 걸맞는 높은 도덕적 수준의 행실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선진국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소위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우리나라 지식인에게는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하고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수 있을까. 그 첫 단추는 간단하다. 자금 사용에 관한 한 ‘공(公)과 사(私)’의 구별을 분명히 하면 된다. 즉, 자금 사용의 목적이 확실하면 된다. 물론 조직이나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그 와중에 개인의 이익이 혼재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고려대의 경우, 교수들이 학교, 학과 발전 등을 위해 회의를 하고 간단한 회식 자리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 경우에 대학 주변 대중 음식점에서 자리를 했다면 누가 남용이라고 얘기를 하겠는가. 자신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교를 위한 공적 활동의 연장이라고 하겠지만 단 1퍼센트라도 사적인 이익 추구가 우려될 때에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남의 돈 쓰는 게 무섭다’는 인식을 지식인들부터 깨달았으면 한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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