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후변화연구원 박수진 연구위원 인터뷰
기록적 폭우...인류 온실가스 배출이 주요 원인
“한반도, 장마 없어지고 극한 기상현상 빈번할 것”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지난 8일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가 일주일째 이어지며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한국기후변화연구원 제공)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한국기후변화연구원 제공)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기록적 폭우로 전국적으로 현재까지 14명의 사망자와 6명의 실종자, 26명의 부상자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재산상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만 주택과 상가 등 침수피해가 7900여 건 집계됐고, 경기도는 도내 6개 131개 농가에서 가축 7만 4575마리가 폐사했다.

문제는 한반도를 덮친 폭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머물던 정체전선은 점차 남하해 오는 17일 남해안과 제주지역에 머물며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포스트는 16일 한국기후변화연구원 박수진 연구위원과 함께 기록적 폭우의 배경과 미흡한 수해 대책의 원인 등을 짚어봤다.

- 한반도에 80년 만에 기록적 폭우가 내리고 있는데, 이유를 분석한다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이로 인해 강수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연간 내리는 강수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강수의 양상이 시·공간적으로 많이 변했다. 한반도는 보통 장마가 6월 중하순에 시작해서 7월 하순에 끝난다. 하지만 올해는 8월에 다시 저온 다습한 기단이 확장되면서 북부지방에 정체전선이 형성됐다. 이 정체전선이 남하하면서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렸다. 여기에 해수 온도도 예년보다 크게 올랐다.”

- 북부와 남부의 고기압 형성, 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가파른 산업화와 산업 성장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0.8℃ 상승했다. 3월 중순에 북극지방이 영상권으로 올라갔고, 남극은 평년보다 40도가 높은 영하 11도로 기온이 관측됐다. 그런데 한반도는 지구 평균기온보다 2배 높은 1.8℃ 상승했다. 이런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에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재앙으로 닥치고 있다.”

- 한반도를 덮친 물폭탄, 향후 더 큰 기상 재난 가능성은?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서울에 시간당 약 12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공학을 전공한 한 사람으로,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지구 평균기온과 해수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추세면 21세기 중후반에 지구 평균기온은 약 4℃ 정도 증가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은 많아진다. 또 해수면 온도 상승은 강한 강수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한반도도 아열대기후로 바뀌면서 ‘장마’라는 말이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열대성 소나기와 같은 스콜과 극한 기상의 현상들이 자주 나타날 것이다.”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 8~9일 불과 이틀 사이 수도권 피해가 컸다. 폭우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비가 내리면 약 40% 정도는 땅에 스며든다. 이 손실량 외 유출된 나머지가 침수 등 피해를 일으키게 된다. 이 유출수가 우수관로를 통해 정상적으로 하천으로 흘러들어야, 침수피해를 막는다. 그런데 이번 피해를 보면 강수가 우수맨홀까지 가는 시간, 즉 유입시간이 너무 길었고, 유출량을 배제하는 우수관로의 통수 단면적이 작았다. 도시의 우수관로 시스템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거다. 향후 극한 기상 빈도는 잦아질 텐데, 경각심을 갖고 설계빈도의 상향조정과 함께 기후변화 적응형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본다.” 

- 서울시 폭우피해에 대해 전·현직 시장의 책임론이 분분하다. 폭우 대책이 정치 쟁점화되는 모양새인데.
“정치 쟁점화를 떠나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현실로 닥치고 있는 생존의 문제다. 기후변화를 재난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영향과 피해를 줄이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후 환경과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우리는 재난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예측 범위에 벗어난 대형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소재를 따질 게 아니라,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기존 재난 관리방식을 탈피한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기상청 책임론도 나온다. 기록적 폭우를 제대로 예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래 근무한 예보관들도 시간당 100mm가 훌쩍 넘는 수치의 폭우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을 거다. 그만큼 이번 폭우가 기록적이었다는 얘기다. 날씨는 인공위성과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여러 변수가 많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이런 극한 기상현상까지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 됐다. 우리 스스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기상자료와 레이더 영상들이 잘 제공되고 있으니 예의주시하고, 안전 수칙을 잘 숙지해야 한다.”

- 한반도 폭우 대책에 대해 제언할 것이 있다면.
“현재 도심지역 우수관로는 30년 빈도로 계획됐다. 이를 상향조정 해야 한다. 또 도시의 우수맨홀을 추가로 설치하고, 우수관로 통수 단면적을 확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도시계획에 있어서 분산형의 도시 우수 배제 방식을 적용해 우수가 하천으로 빨리 배제되도록 해야 한다. 유출량을 줄이는 빗물 침투형 투수층계획과 도심지 공유지에 대한 저류지 설치 등 물 순환형의 도시계획 정비도 필요하다.”
 


※ 박수진 연구위원 약력
現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수문학 전공)
現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전임연구원
前 한국기후변화연구원 부연구위원
前 강원대학교 토목공학과 강사
前 한림성심대학교 토목공학과 강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