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인터뷰
“개정안, 헌법이 부여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정면 위배”
“검찰, 사회의 조직적 거악 막기 어렵게 돼...악용 우려”
“74년 검찰제도 근간을 대안도 없이 해체하는 악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대한민국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검수완박’, 다른 진영에서는 ‘검찰개혁’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린다. 거대 정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개정안은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까. <뉴스포스트>는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사진 =이재원 변호사 제공,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사진 =이재원 변호사 제공,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강행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개혁하기 위해서 강행 처리가 시급했다는 게 현재 야당의 입장이지만, 여전히 검찰개혁법보다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게 현실이다.

말 많고 탈 많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오는 9월 시행하기도 전에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법무부와 검찰이 지난달 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법안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뉴스포스트>는 개정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이달 24일 법무법인 을지의 대표변호사인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 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개정안에 대해 “위헌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한변 측, 검찰의 수사권은 필요

이 회장은 “우리 헌법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검찰의 수사권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정설”이라며 “헌법은 검사를 인권보호와 범죄 수사의 주재자(主宰者)로 예정하고 있다는 것인데, 검수완박법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한다”고 전했다.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면서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개정안의 개별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검수완박법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이 수사해서 혐의가 있다고 봐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만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범죄 혐의가 있음에도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원칙적으로 관여하거나 기소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청법 개정안 4조 핵심 조항은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시작한 범죄에 대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민주당이 강조했던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원칙을 담은 조항이다. 대신 경찰이 송치한 범죄에 대해서는 검사가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법조인들은 이마저도 경찰 수사 오류 시 충분한 견제 장치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회장은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의 경우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경찰이 거의 모든 범죄에 대해 사건을 종국적으로 뭉개거나 덮을 수 있다”며 “검사의 기소권이라는 것도 경찰이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결과가 된다. 기소권과 불기소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경찰이 사실상 다수 사건에 대해 불기소권을 행사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수사를 통해 피의자와 혐의 사실을 접하지도 않고, 확인하지도 않은 채 검사에게 기소·소추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사건을 심리하지 않은 판사에게 기록만 주고 판결하라는 것과 같다”며 “법안을 심의하지 않은 국회의원에게 표결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에 입장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에 입장했다. (사진=뉴시스)

검수완박법, 약자에게 가혹한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서 한변을 포함한 많은 법률가 단체들은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빼앗고, 경찰에게 몰아줄 시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게 법률가 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경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 등이 저지른 범죄만 수사가 가능하다. 대다수 서민과 관련 없는 권력형 비리만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부패 및 경제범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서는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돼 권력과 부를 배경으로 저질러지는 사회의 조직적 거악에 대해 검찰은 손을 대기 어렵게 된다”며 “권력자와 가진 자들은 경찰만 잘 상대하면 사회적 약자들을 짓밟는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경찰이 검찰을 의식하면서 수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경찰이 수사한 걸 검찰이 다시 수사하거나 검토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찰은 이제 대부분의 형사 사건에서 자기들만의 결정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경찰 조사만 잘 넘기면 무사할 수 있게 됐으니, 이를 악용하려는 악당들은 더 편하게 나쁜 짓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고소인과 달리 고발인은 이의신청이 불가능해진 점도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봤다. 이 회장은 “공익적 목적으로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고발인들은 앞으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도 할 수 없게 됐으니, 국민들이 수사과정의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대부분 없어진 거라 하겠다”며 “사회 일반의 고발의식이 저하돼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면 법에 대한 국민 불신이 팽배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 회장 역시 개혁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개혁이 불필요한 조직은 없다. 하지만 지금 개정 입법된 검수완박법은 74년간 가동한 검찰제도의 근간을 별다른 대안도 없이 해체하는 악법”이라며 “특정 정치집단의 권력 비리를 덮으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국민여론, 관계 전문가들의 비판, 정당한 입법절차를 무시한 채 다수당이 강행해 검찰개혁과 본질적으로 상관없는 권력 방탄용 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정치권력을 비롯한 힘 있는 자들이 검찰 조직을 흔들거나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검찰의 독립성은 강화하되 수사기능에 대한 사법부의 사전·사후적 견제장치를 보완하는 쪽으로 개혁 방향을 잡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헌재가 검수완박법 같은 부끄러운 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하지 않는다면, 헌재부터 개혁하는 게 나라를 바로 세우는 빠른 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본 인터뷰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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